도야마현의 거대한 자연과 반기는 구로베의 거대 협곡. 압도하는 협곡 사이로 자그마한 열차가 내달리며 절정의 가을 단풍의 장관을 쏟아낸다. 주인공은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 ‘토롯코’라고 불리우는 열차는 과거 발전소 건설 당시 사용되었던 것으로, 지금은 구로베 협곡의 대자연을 탐하는 관광열차로 재탄생해 전세계관광객들을 매료시키는 명물이 되었다. 구로베협곡이 시작되는 우나즈키역 플랫폼을 출발해 숲속 철길을 따라 범접할 수 없는 가을 절경과 만날 수 있으니, 이 계절 가을을 탐하기에 더없이 제격이다.
JR도야마역에서 도야마지방철도에 몸을 싣고 1시간을 달리면 나타나는 우나즈키역은 깊은 산 속에 자리한 그림 같은 철도역. 일대는 우나즈키온천도 자리해 온천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 도야마현의 인기 관광지다.
구로베협곡의 명물로 자리한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는 우나즈키역을 출발하는 관광열차. ‘토롯코’라는 별칭으로도 불리우는데, 광산 등에서 인부나 자재를 나르는 자그마한 열차를 가리키는 말이다.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의 역사는 꽤나 길다. 본래 토롯코열차의 목적은 토롯코라는 이름 그대로 관광이 아닌 공사 인부나 자재를 나르기 위한 열차. 다테야마 구로베 알페루트의 명소로 이름 높은 구로베댐의 공사 당시, 수많은 인부를 해발 1,500여m 위의 현장까지 실어 나른 역사의 산 증인이다.
구로베댐이 완공된 이후에는 관광열차로서 새 옷을 입게 된다. 이것이 1971년의 일. 지금의 구로베협곡철도 탄생의 뒷 이야기인 셈이다.
험하디 험한 협곡이기에, 더욱이 겨울철 강설량이 압도적인 도야마현이기에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가 운행하는 기간은 길지 않다. 플렛폼이 열리는 것은 눈이 녹은 4월부터 눈이 내리기 전인 11월 말까지, 8개월 남짓이다.
▲우나즈키역 내 매표소. 당일권 구입도 가능하다
우나즈키역을 출발한 토롯코열차가 달리는 거리는 종점인 케야키다이라역까지 총 20.1km. 다만, 안타깝게도 올해 초 발생한 이시카와현 노토지방 지진사태로 종착역 일대의 안전문제로 코스를 축소, 현재는 원래 코스의 중간 부분인 네코마타역까지만 단축운행중이다. 코스가 일부 줄어들었지만 구로베 협곡의 대자연은 변함없이 그대로 즐길 수 있으니 염려는 필요없다.
레고 닮은 귀여운 개방 객차, 오감으로 협곡 만끽
승차권 구입 후 들어간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 승강장은 또 다른 별세계다. 눈앞으로 솟아오른 거대한 산세가 압도하고 그 앞으로 주황색의 레고 블록을 닮은 자그마한 객차가 반긴다.
작기는 해도 번듯한 관광열차이니 편안한 좌석에 창문까지 달린 조금은 비싼 릴렉스 객차도 있지만, 구로베협곡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다면 사방이 뻥 뚫린 오픈형 보통객차가 도리어 각별하다.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객차 기둥을 붙잡고 달려야 하지만 아무런 인공물의 방해 없이 구로베협곡의 바람과 자연을 마주할 수 있으니 말이다.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의 속도는 평균시속 16km 정도로 빠르지 않다. 하지만 칼로 깊숙이 베어 낸 듯 천길 낭떠러지 협곡을 따라 달리기에 탑승하는 내내 스릴이 따라온다.
역시나 즐거운 것은 두 눈이다. 일본 제일의 협곡 절경의 파노라마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끊어진 협곡과 협곡을 잇는 철교를 내달리는 운치, 그리고 협곡 아래로 흐르는 에메랄드 그린의 구로베강 강물빛은 자연에 둔감한 이라도 이내 감탄의 탄성이 목청을 타고 넘어올 정도로 아름답다.
▲아토비키바시 철교. 크게 휘어진 곡선 선로가 사진명소로도 인기다
시발역인 우나즈키를 출발하자마자 탑승객을 압도하는 것이 신야마비코바시(新山彦橋) 철교.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가 건너는 수많은 철교 중 첫 번째 철교로, 붉은색이 상징적인 약 40m 높이의 위용 가득한 철교로, 눈 위로는 협곡의 단풍융단이, 발 아래로는 계곡을 타고 내려가는 물줄기가 마치 이세계(異世界)로 가는 듯한 감동마저 선사한다.
에메랄드빛 호수 위로 세워진 유럽스타일의 고성을 연상시키는 신야나가와라발전소(新柳河原発電所)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수로식 수력발전소로, 1993년 우나즈키댐의 완성으로 수몰된 옛 발전소를 대신하여 만들어졌다. 정체는 발전소이지만 아름다운 호숫가에 자리해 탑승객의 시선을 유혹한다.
중간역인 구로나기역도 절경이 뒤지지 않는다. 명물은 아토비키바시(後曳橋) 철교. 구로나기역과 연결된 큰 곡선의 하늘색 철교로, 전체 선로 중 가장 험준한 협곡 사이를 잇는 지상 60m 높이의 철교다.
객차에 앉아 차창 밖을 보는 것이 아찔할 만큼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 전체 노선 중 하이라이트라 칭하여도 아깝지 않은 볼거리다.
구로나기역에서는 현 시점 유일하게 하차도 가능하다. 열차에서 내려 발 아래 구로나기강과 아찔한 협곡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남길 수도 있고, 크게 휘어진 철로를 따라 달리는 토롯코열차를 카메라에 담는 것도 가능하니 욕심내볼 일이다.
▲한폭의 동양화를 연출하는 다지롯포 6개 봉우리
이어서 찾아오는 다지롯포(出し六峰) 봉우리도 쉬이 지나치기 힘들다. 거대한 산 하나가 6개의 봉우리로 각각 갈라져 솟아오른 독특한 산악지형이 볼거리로, 단풍 사이로 얼굴을 내민 기암과 그 앞으로 댐 조성으로 만들어진 푸른 인공호수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해 낸다.
현재 종점으로 운영중인 네코마타에서는 그대로 되돌림 운행으로 출발했던 우나즈키까지 돌아온다. 왕복으로 약 1시간 30분 남짓 소요되는 길지 않은 철도여행이지만,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가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절경이기에 감동의 파동이 쉬이 꺼지지 않는다.
전노선 개통하면 종점 케야키다이라 절경 기다려
지진으로 인한 안전문제로 현재는 운행이 되고 있지 않지만, 내년 이후에는 종전처럼 전노선 운행을 예정하고 있으니 미리 종점 케야키다이라의 매력도 체크해 둘 일이다.
종점 케야키다이라는 해발 600m에 자리한 깊은 산 속에 자리한 운치 있는 역이다. 역 앞으로는 새빨간 칠을 한 오쿠카네바시(奧鐘橋)다리가 명물로, 구로베강 본류를 마주하고 34m 높이 협곡을 사이로 걸쳐져 있어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절경이 아찔하기까지 하다.
오쿠카네바시 다리는 건너 자리한 히토구이이와(人喰岩) 암벽도 인기다. 암벽을 깊숙이 파내 산책로를 만든 탓에 마치 거대한 산이 입을 크게 벌리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잡아먹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하여 사람 먹는 바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아직 전노선 개통까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하지만, 구로베협곡 토롯코열차의 감동을 100% 즐기고픈 이들이라면 기억해둘 포인트다.
<여행정보>
구로베협곡까지는 도야마지방철도 본선을 이용하여 우나즈키온천역에 하차하면 된다. 매년 봄부터 가을시즌까지 한정 운행(금년도는 11월 30일까지)하며, 운임은 우나즈키-네코마타 구간 왕복 보통객차 기준 2,820엔이며, 소아(6세~11세)는 반액 할인된다. 상급 시트인 릴렉스객차 이용시에는 좌석 당 600엔이 추가된다. | www.kurotetu.co.jp/kr
[인터뷰]구로베협곡철도 주식회사 해외영업그룹 니시다 요시히로(西田義宏) 담당
구로베협곡철도는 산악관광지로 유명한 도야마현 내에서도 손꼽히는 산악관광루트. 특히 ‘토롯코’라고 불리우는 작은 열차를 통해 직접 협곡철도를 타고 쾌적하게 구로베의 대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 일본 내에서는 물론, 일본을 찾는 외국인관광객들의 발길도 부쩍 늘고 있는 도야마현 대표 관광지다.
“보다 많은 한국인관광객분들에게 구로베협곡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말문을 연 구로베협곡철도 주식회사의 해외영업그룹 니시다 요시히로(西田義宏) 담당은 최근 새롭게 한국시장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았다. 연간 700만 명 이상이 일본을 찾는 한국인관광객을 도야마현과 구로베협곡철도로 이끌기 위한 영업활동에 매진하는 중이다.
“올해 초 노토지방 지진 사태로 인한 낙석 등의 문제로 전노선 운행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인관광객분들이 꾸준히 방문해 주시고 계시다. 특히, 한국 여행사를 통한 단체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 니시다 담당의 설명이다.
실제로 구로베협곡철도는 종점 케야키다이라까지 약 20km의 노선이지만, 안전문제로 현재는 중간지점인 네코마타까지만 운행중이다.
“구로베협곡철도를 찾아주신 분들게 전체 노선을 모두 소개해 드리지 못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올해까지는 전노선 운행이 어렵지만, 내년 시즌부터는 안전이 확보되는대로 원래 종점인 케야키다이라까지 운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현재 정차 없이 그대로 되돌림 운행하는 네코마타에 오는 10월부터 신규 화장실을 설치하고 탑승객들이 내려 20분 정도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정차 관련 절차를 진행중인 만큼 전노선 개통 전이라도 구로베협곡철도의 매력을 조금이라도 더 즐길 수 있을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다가오는 가을시즌 구로베협곡철도를 꼭 찾아달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구로베협곡은 도야마현 내에서도 압도적 단풍절경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토롯코열차를 타고 협곡 곳곳을 돌아볼 수 있는 만큼 색다른 가을여행을 기대하는 분들이라면 구로베협곡철도를 꼭 이용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