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랑하는 관광지가 모두 모여 있는 규슈지역. 규슈 내에서도 오이타현은 우리에게 친근한 온천관광지로 유명세다. 때문에 즐길거리는 몸을 담그는 온천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온천 사이사이로 발걸음을 옮기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오이타현의 새로운 즐거움이 반긴다. 푸른 바다를 뒤로 한발 앞서 봄내음을 만끽하는 규슈올레의 최신 트레일코스에 더해, 쇼와 30년대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해 복고적이면서도 판타지한 감성을 자아내는 소도시가 반전의 매력을 뽐내니, 온천보다 매력적인 감성에 여행자의 발걸음도 자연스레 빨라진다.
규슈의 온천성지 오이타현까지는 가는 길은 한달음이다. 오이타현의 관문인 오이타공항까지 대한항공과 제주항공 정기편이 뜨고 있고, 인천공항에서 단 1시간 40분이면 발을 디딜 수 있으니 더없이 가까이 찾을 수 있는 일본이다.
익숙한 것은 벳푸와 유후인으로 대표되는 온천이지만, 오이타현의 매력이 온천에 국한된다고 생각해선 곤란하다. 온천성지들을 지나면 독특한 개성과 감성으로 가득한 명소들이 가득하니 말이다.
긴 겨울을 끝낸 이 계절 오이타현을 찾는다면 한 발 앞서 봄내음과 조우하는 아웃도어만한 메뉴도 없다.
목적지는 오이타현 동남부에 자리한 사이키시(佐伯市)다. 즐길거리는 한국 제주도에서 태어난 제주올레의 일본판인 규슈올레. 규슈 전역에 도합 18개소의 코스가 마련되는데, 지난 2018년 3월 ‘사이키·오뉴지마 코스(さいき・大入島コース)’가 새롭게 문을 열어 오이타현 여행의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규슈올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는 섬을 무대로 코스가 구성되어 배를 타고 들어가는 독특한 로케이션이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이다. JR사이키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사이키항구가 자리하고 섬까지는 ‘마린버스’라는 이름의 소형 여객선이 상시 운행하여 단 10분이면 오뉴지마섬에 발을 디딜 수 있다.
산과 바다절경 모두 만끽하는 10.5km의 트레일코스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는 옛날 오뉴지마섬의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의 통학로였던 길이다. 코스 길이는 10.5km로, 약 3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는 캐주얼 트레일 코스다.
오뉴지마섬에 도착하여 제일 먼저 조우하는 명소는 ‘오뉴지마 식채관(大入島食彩館)’. 식당을 겸해 오뉴지마의 특산품을 판매하는 장소로, 규슈올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의 출발점이자 중간 휴식처다.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는 섬 중앙부에 자리한 오뉴지마 식채관에서 출발해, 섬 북부를 한 바퀴 돌아 나와 다시 오뉴지마 식채관을 거쳐 섬의 남부를 가로지르는 숫자 ‘8’자 형태의 유니크한 코스. 흔히 규슈올레의 경우 코스 도중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사이키·오뉴지마 코스에서라면 오뉴지마 식채관이 자리해 식사는 물론 코스 도중의 휴식의 공간을 제공하는 점도 코스의 특색이다.
▲사이키항과 오뉴지마섬을 연결하는 마린버스
코스는 스타트 지점인 식채관을 뒤로 바다와 면한 길을 따라 이어진다. 바다절경의 장관이 한 참을 이어지고 섬의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사이키·오뉴지마 코스의 첫 번째 명소인 후나가쿠시(舟隠)가 모습을 드러낸다. 더없이 투명한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고, 좁다란 돌다리를 건널 때면 다리 아래 바다의 아래까지 선명하게 펼쳐져 마치 스노클링이라도 하는 듯 청정한 오뉴지마의 바다 속을 탐할 수 있다.
▲좁다란 돌다리가 인상적인 후나가쿠시(舟隠)
산 아래로 발길을 옮기면 깊은 청색의 바다가 이어진 시라하마해안(白浜海岸)이 반긴다. 시라하마해안은 그리 깊지 않은 해안으로 밀물과 썰물의 차가 가장 큰 대조기 때에는 바닷게가 잡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진청색의 바다를 즐기는 것은 물론 여름시즌 한가로운 해수욕까지 즐길 수 있으니 여름시즌 오뉴지마섬을 찾을 이들이라면 수영복도 함께 챙겨볼 일이다.
시라하마해안을 지나치면 거대한 동굴과 같은 터널을 통과해 중학교와 우체국 앞을 지나면 후반부 코스의 분기점이자 스타트지점이었던 식채관으로 돌아온다. 전반부 코스를 모두 돌아보는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출출해진 배를 신선한 생선회 가득한 정식으로 채우고 나면 천국이 따로 없다.
▲바다절경이 펼쳐지는 시라하마해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의 후반부는 두 개의 코스로 나뉘어 즐거움도 두 배다. 코스는 쿠보우라(久保浦)~토오미야마(遠見山) 구간의 A코스와 쿠보우라~슈고우라(守護浦) 간의 B코스 2곳으로 나뉜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매력적이지만 이번 여정에서는 오뉴지마섬에서 가장 높은 표고 193.5m의 토오미야마산(遠見山) 정상을 향하는 A코스가 추천코스.
출발한지 30분 여를 걸으면 명산 토오미야마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은 넓은 공간이 마련되는데, 역시나 조망이 각별하다.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은 감탄사를 부른다. 사방을 바다와 하늘이 감싸고, 시선을 가까이 가져가면 사이키시내의 전경이, 멀리 가져가면 바다 건너 시코쿠까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토오미야마산 정상에 오른다면 사이키시가 자리한 규슈에 더해 멀리 시코쿠까지 경험할 수 있는 셈이다.
▲토오미야마산 정상부의 명물인 나무그네
내달 4월이면 봄의 명물인 왕벚꽃이 만개해 오뉴지마섬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벚꽃놀이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다. 정상부의 명물인 그네도 포인트다. 왕벚나무 근처에 그네가 마련되어 있으니 오뉴지마섬의 가장 높은 곳에서 발아래 바다를 향해 발을 굴러 그네를 뛸 수 있으니 잠시 동심으로 돌아가는 경험도 각별하기 그지없다.
초밥과 고마다시우동 등, 명물 먹거리도 반가워
규슈올레 사이키·오뉴지마 코스를 끝냈다고 해서 사이키여행이 끝이라고 생각해선 섭섭하다. 사이키항의 명소로 항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명물수산시장이자 관광명소로도 유명한 ‘사이키 바다시장(さいき海の市場)’이 자리해 시장다운 저렴한 가격으로 사이키의 명물을 맛보고 쇼핑까지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해산물 먹거리 가득한 ‘사이키 바다시장’
시장에서는 사이키시의 명물로 흰살생선의 살과 참깨, 간장을 섞어 만든 양념장을 넣어 만든 면요리인 ‘고마다시우동(ごまだしうどん)’을 비롯하여, 규슈 제일을 자랑하는 어항인 분고수도(豊後水道) 사이키의 초밥과 건어물, 감주를 비롯해 기념품으로 인기인 과자류의 풍성한 라인업과 만날 수 있다. 호텔에서 즐길 저녁 술상의 안주를 겸해 초밥과 모듬회를 포장해가는 방법도 있으니 염가에 각별한 한 끼를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필히 코스에 넣어둘만하다.
쇼와 30년대 뉴트로 감성 가득, 분고다카다 ‘쇼와의 거리’
분고다카다(豊後高田)시는 규슈 오이타현 북동쪽에 자리한 곳으로 지금 오이타현에서 가장 뜨고 있는 관광지다. 관광의 테마는 쇼와 30년대(1955년~1964년)의 예스러운 풍경들.
명소는 시내를 따라 자리한 쇼와의 거리(昭和の町). 쇼와의 거리는 총연장 500m의 거리에 상점 100여 개가 늘어서 쇼와 30년대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해 복고적이면서도 판타지한 감성을 자아내 일본의 매력적인 관광지 콘테스트인 ‘COOL JAPAN AWARD’를 수상하기도 한 분고다카다시의 상징과도 같은 명소다.
‘쇼와’라는 명칭은 제124대 천황(재위 1926∼1989) 미치노미야 히로히토(迪宮裕仁)의 연호(年號)다. 미치노미야 히로히토 천황이 재위했던 기간을 통틀어 쇼와시대라고 칭한다.
쇼와의 거리는 말 그대로 쇼와 30년대의 건축유산을 계승하여 충실하게 재현한 공간. ‘신마치도오리 상점가’라고 아치형 구조물에 예스러운 간판이 붙어있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서는 전신주와 지금은 보기 힘든 구식 가로등이 뒤섞여 있다.
▲보닛버스가 달리는 예스러운 쇼와의 거리 상점가
상가나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예스러움을 간직한 목조건축물에 간판도 나무간판이나 80년대 일본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디자인들로 꾸며져 있다.
박물관처럼 죽어있는 전시물이 아니다. 분고다카다 시민들이 분주히 장을 보고 거니는 살아 숨 쉬는 거리이니 쇼와의 정서 가득한 거리 곳곳을 걷다보면 자연스레 일본 쇼와 시대로 떠나는 시간여행자가 되고 만다.
총연장 550m 정도의 상점가 거리에 입점한 점포수는 현재 약 50여 개 점포. 점포마다 역사를 말해주는 쇼와시대의 유물을 전시하고, 해당 점포만의 쇼와시대 상품을 판매토록 해 가게 한 곳 한 곳마다 추억의 한 장을 완성해내니 가게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할 정도다.
레트로&레어한 아이템 가득, 쇼와로망구라
▲쇼와시대 장난감 콜렉션이 가득한 다가시야노 유메박물관
쇼와로망구라(昭和ロマン蔵)는 쇼와의 거리 입구에 있는 박물관. 우리말로 풀면 쇼와낭만창고라는 뜻인데, 쇼와 시대 당시 오이타현 제일의 부호였던 노무라 가문이 쇼와 10년 경에 지은 농업창고를 개조해 쇼와시대의 다양한 콜렉션을 전시해 분고다카다시의 필수명소로 인기가 각별하다.
쇼와로망구라 내 핵심이 되는 전시시설은 쇼와시대 당시의 장난감 약 6만점이 소장된 일본 유수의 장난감박물관인 ‘다가시야노 유메박물관(駄菓子屋の夢博物館)’과 쇼와시대의 생활체험이 가능한 ‘쇼와노유메마치 3초메관(昭和の夢町三丁目館)’의 두 곳.
다가시야노 유메박물관은 벽면까지 가득 채워진 쇼와시대 장난감들이 가득하다. 한국 40대 이상이라면 기억할 인기 SF애니메이션 ‘철완 아톰’의 주인공 아톰이 떡 하니 서 있고 벽을 뚫고 나오는 듯한 거대한 ‘철인 28호’ 로봇이 시선을 강탈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1960년 대를 상징하는 양철로 만든 브리키 장난감 열차와 이름을 알 수 없는 캐릭터들, 그 당시 아이들을 열광시켰던 만화책과 괴수 피규어까지, 어설픈 완성도가 도리어 레어함을 뽐낸다.
2층 규모의 전시장 내에는 일본 내 장난감 콜렉터로서 유명한 코미야 히로노부 관장의 20만 점에 이르는 소장품 중, 엄선한 6만 점을 전시공간 내 상설 공개중이다. 귀하디 귀한 추억의 캐릭터와 장난감들이 가득한 탓에 다 큰 어른들이 그 시절 아이들마냥 곳곳에서 감탄사를 연발하니 이 또한 다가시야노 유메박물관의 볼거리가 된다.
바로 이웃하여 자리한 쇼와노유메마치 3초메관은 쇼와 30~40년대의 생활상을 만날 수 있는 테마형 전시공간. 당시의 거리와 주택, 학교의 교실 등을 당시의 물건들을 그대로 활용해 공간을 구성했다.
다다미가 깔리고 작은 브라운관 TV에 다이얼식 검은색 전화기가 놓여진 주거공간은 리얼한 영화촬영 세트장을 방불케하고, 드럼통 한 쪽을 따서 만든 간이 목욕통과 재래식 수동 작두펌프 등, 예스러운 소품들이 한가득이다.
▲레트로 렌탈 의상으로 로컬 카페 체험을 즐기는 관광객들
쇼와로망구라를 찾아 특별한 경험에 더해 인생사진을 남기고 싶은 이들이라면 쇼와 레트로 패션체험을 추천한다. 원피스 등 당시의 의상을 렌탈하여 쇼와로망구라는 물론 쇼와의 거리를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는 의상체험 메뉴다.
비용은 한 벌 기준 1,000엔으로, 이용시간은 평일 기준 오후 4시까지, 주말 및 공휴일은 오후 5시까지 반납하면 된다.
앞이 툭 튀어나온 쇼와 32년식 보닛형 버스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클레식 보닛 버스는 주말과 공휴일에 실제 운행하는 차량이다. 차장의 독특한 안내 멘트를 따라 쇼와시대 정취 가득한 보닛 버스에서 차창 밖 쇼와의 거리를 탐할 수 있으니 즐기지 않는 것이 손해다.
오이타&규슈여행에 딱! 관문 오이타국제공항
오이타현 쿠니사키시에 위치하는 오이타국제공항은 1971년 개항한 국제공항이다. 도쿄와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주요 도시간 국내선 취항에 더해, 한국과는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정기편을 취항하며, 오이타현 여행은 물론, 규슈여행의 새로운 관문으로 자리매김한 공항이다.
▲오이타국제공항 전경
인천공항발 정기편은 대한항공이 월/목/토요일의 주 3회(13:50~15:30),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은 월/화/목/금/토요일의 주 5회(10:50~12:45) 취항하고 있어 더없이 가깝고 편리하게 오이타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도심지를 포함하는 주요 관광지로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철도노선은 없지만 주요 관광지와 도심부, 주요철도역까지 공항 리무진버스 노선이 충실하게 마련되어 오이타현 여행의 관문이자 거점으로 손색이 없다.
예스러운 감성의 성하마을 키츠키시까지는 약 19분대. 온천성지인 벳푸(JR벳푸역)까지는 약 51분 대, 감성 온천 관광지로 한국인관광객들에게 특히 인기인 유후인(JR유후인역)까지도 55분이면 별도의 복잡한 환승없이 공항 리무진버스로 찾을 수 있어 여타 철도노선보다 더 쾌적한 이동이 가능하다.
공항 내 설비도 부족함이 없다. 다비토(旅人), JAL PLAZA, ANA FESTA 등의 쇼핑시설과 뷰 레스토랑 스카이라인 등 식음시설도 5개소가 있어, 오이타현 여행의 시작과 끝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 www.oita-airport.jp
<여행정보>
사이키시까지는 관문 오이타공항에서 공항특급버스 ‘에어라이나’를 타면 JR사이키역까지 2시간 7분대에 도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요금은 편도 성인 기준 2,950엔. 벳푸에서는 JR닛포혼센(日豊本線) 전철로 약 1시간 반이면 만날 수 있어 더불어 즐기기 좋다. 분고다카다시까지는 오이타공항에서 쾌속 리무진버스 ‘노스라이너’를 이용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약 50분. 요금은 편도 성인 기준 1550엔. ◆사이키시 관광정보 : www.visit-saiki.jp ◆분고다카다시 관광정보 : showanomachi.com
(캡션)
▲사이키항과 오뉴지마섬을 연결하는 마린버스
▲좁다란 돌다리가 인상적인 후나가쿠시(舟隠)
▲바다절경이 펼쳐지는 시라하마해안
▲토오미야마산 정상부의 명물인 나무그네
▲해산물 먹거리 가득한 ‘사이키 바다시장’
▲보닛버스가 달리는 예스러운 쇼와의 거리 상점가
▲쇼와시대 장난감 콜렉션이 가득한 다가시야노 유메박물관
▲쇼와시대 생활상을 전하는 쇼와노유메마치 3초메관
▲레트로 렌탈 의상으로 로컬 카페 체험을 즐기는 관광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