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리쓰린공원
시코쿠(四国)라는 지명은 한자 그대로 4개의 나라가 있는 섬이라는 뜻. 혼슈 주고쿠지방의 히로시마현 및 오카야마현과 세토나이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하고 있으며, 섬의 반대편은 거대한 태평양이 펼쳐지는 섬나라 일본의 또 하나의 섬나라다. 멀게만 느껴지는 시코쿠이지만 마츠야마공항과 다카마츠공항의 2개 공항이 한국과 정기편으로 이어져있고, 오사카에서는 육로로 도쿠시마현과 이어지니 찾는 길은 다양하다. 도쿠시마를 시작으로, 고치와 카가와까지 이어지는 시코쿠 감성여행루트는 생소하지만 보물과도 같은 일본을 선사해준다.
소용돌이와 열정의 아와오도리, 도쿠시마현
시코쿠 여행은 도쿠시마현에서 출발한다. 간사이국제공항에 도착해 아카시 해협 대교를 경유하여 도착한 도쿠시마현은 세계 3대 조류의 하나로 주목받는 나루토해협의 소용돌이 ‘우즈시오’로 유명하다.
우즈시오(うず潮)는 아와지시마(淡路島)와 시코쿠 사이에 자리한 자연조수현상으로, 이탈리나 메시나 해협, 미국 세이모어 해협과 함께 세계 3대 조류 중 하나로 일컬어지는 명물 볼거리다. 특히, 봄시즌과 가을시즌에는 ‘오시오(大潮)’라는 이름의 커다란 우즈시오를 볼 수 있으며, 조류 시속은 최대 20km, 최대 직경은 20m에 이르는 압도적 조류의 위용을 목도할 수 있는 도쿠시마현을 대표하는 볼거리다.
▲거대한 우즈시오 소용돌이의 장관
조류관람선에 직접 몸을 싣고 바다 위에서 우즈시오를 만나는 방법도 있고, 오나루토 대교 위 전망대에 올라 발아래로 뻥 뚤린 유리바닥을 통해 우즈시오의 장관과 조우하는 것도 가능하니 취향따라 선택하면 된다.
우즈시오 소용돌이를 보기 위해선 시간대 확인이 중요하다. 간조와 만조에 가장 소용돌이가 커지는데 겨울부터 봄까지는 대략 오전 9시 전후, 오후에는 3시 30분 전후이니 미리 시간대를 체크해두는 것이 유용하다.
실물크기의 세계 명화를 재현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세라믹 아트 뮤지엄인 ‘오오츠카 국제미술관’도 도쿠시마의 명물이다. 소용돌이를 만날 수 있는 오나루토대교에서 멀지 않으니 찾는 것도 한 달음이다.
▲도판 명화가 가득한 오오츠카 국제 미술관
미술관 내에는 고대 벽화부터 세계 25개국, 190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현대 회화 작품까지 귀중한 서양 명화 1,000여 점이 오오츠카 오오미 도업주식회사의 특수기술을 통해 오리지널 원작과 동일한 크기로 복제되어 있다. 피카소의 아들과 미로의 손자들 그리고 각국의 미술관 관장들이 다녀가 작품에 대해 찬사를 보냈을 만큼 미술적 가치를 즐길 수 있다. 일본 시코쿠를 여행하며 세계의 미술관을 체험할 수 있는 셈이고, 다른 미술관과 달리 사진촬영은 물론이요, 작품을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으니 호사가 따로 없다.
전통체험을 기대한다면 쪽염체험이 있어 반갑다. 아와(도쿠시마의 옛지명)의 북방이라 불려지는 요시노강 유역의 농촌은 일본 최대 쪽 재배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기록상으로는 1445년부터 대량의 쪽잎이 아와에 들어와, 그 이후 전국적인 쪽 최대 생산지로 거듭되어 거액의 이익을 얻었으나 독일로부터 값싼 인조염이 수입되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최근 천연 쪽 염색의 장점이 재평가받으며 전통의 쪽 염색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즈미초 역사관을 찾으면 관광객들도 손쉽게 즐길 수 있게 쪽염체험을 통해 나만의 쪽 염색 손수건을 만들어 볼 수 있으니 기억해둘 포인트다.
▲아와오도리를 보고 즐길 수 있는 아와오도리회관
도쿠시마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와오도리 축제’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도쿠시마의 최대 여름축제로, 매년 8월 도쿠시마에 열리는 아와오도리 축제는 일본 각지에서 100만 명 이상이 모일 정도로 인기다. 8월 축제기간이 아니라도 춤을 만날 수 있다. 아와오도리 회관에서는 1년 내내 아와오도리 춤을 즐길 수 있는데 전문 무용수들의 아와오도리 공연에 더해 직접 아와오도리를 배울 수 있는 시간까지 마련되니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역사감성 가득한 사카모토 료마의 고장, 고치현
고치현의 하급무사 출신으로 일본의 봉건시대로부터 메이지의 입헌군주국가 그리고 오늘의 민주국가로 이어지는 길을 만든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는 지금도 일본인들의 영웅으로 매년 존경받는 인물 1위로 뽑히고 있는 위인이다. 자연스레 고치현 여행 또한 사카모토 료마의 발자취를 찾는 여행이 테마가 된다.
료마를 알고 싶다면, 고치 현립 사카모토 료마 기념관이 제격이다. 태평양을 바라보는 가쓰라하마 공원 위 언덕에 자리한 기념관은 료마의 생애와 업적은 물론, 1868년 봉건제도의 몰락이 근대화의 역사적 전환에 대해서도 두루 둘러볼 수 있다. 전시물 중에서도 료마가 막부를 뒤집기 위한 계획을 세울 때 쓴 편지들이 공개중이니 이 또한 흥미롭다.
▲가쓰라하마 앞 바다를 바라보는 료마 동상
기념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바다를 바라보는 사카모토 료마의 동상도 자리한다. 료마를 기리기 위해 고치현의 청년들이 모금운동을 통해 세운 것으로, 포토 포인트로도 인기다.
고치시 중심에 위치한 고치성은 에도시대 초대 도사 지방 영주에 의해 축성된 성이다. 현재는 나라의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천수각과 오테몬(정문)이 현존하는 성은 일본에서 3개소 뿐이니 찾을 가치가 차고도 넘친다. 고치성 맨 꼭대기 천수각에 오르면 360도로 고치시내를 감상할 수 있으니 오르는 계단이 가파르지만 필히 올라볼만하다.
▲고치성 천수각
고치하면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고치성에서 10분 내에 있는 히로메시장은 고치의 명물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식음 전문시장. 한 가운데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히로메시장에 입점한 점포에서 좋아하는 요리와 술을 주문해 즐기는 고치현이 자랑하는 미식 포인트다.
명물은 가츠오타타키(鰹たたき)다. 가츠오(鰹)는 우리말로 가다랑어라고 하는데, 고치현은 가츠오의 최대 산지이자 가츠오를 활용한 다채로운 요리가 있어 미식가들이 먼저 찾는 명소로도 유명세다. 가츠오타타키는 가츠오의 순살을 잘라 껍질 채 불에 살짝 구워내 두툼하게 썰어 양념에 더해 먹는 요리로 가츠오 활어회의 테두리를 불에 살짝 익혀먹는 생선회의 일종. 고치현에서 태어난 요리로 고치현의 옛 이름인 도사(土佐)를 넣어 ‘도사즈쿠리(土佐造り’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운다.
▲고치현 맛집이 가득한 히로메시장
고치현 어디서든 맛볼 수 있는 요리이지만 같은 고치현이라도 지역별로 그 맛이 또 다르다. 고치현 동부에서는 식초, 설탕, 간장을 배합한 삼배초(三杯酢)를 간장 삼아 찍어 먹고, 고치현 중앙부에서는 간장에 생강을 갈아 넣어 즐긴다. 고치현을 찾아 가츠오타타키를 즐기지 않았다면 고치현을 즐겼다고 말할 수 없으니 고치현 여행에 나섰다면 필히 가츠오타타키를 맛볼 일이다.
사누키우동 맛에 감탄하는 우동왕국, 카가와현
“우동을 먹으로 일본에 간다?!” 여행을 떠나는 하찮고도 하찮은 이유라고 치부할지 몰라도 그 목적지가 카가와라면 이는 가장 탁월한 선택이 된다.
카가와현을 대표하는 것은 단연 ‘사누키우동’이라고 불려지는 음식. 어쩌면 ‘카가와’라는 지명은 몰라도 ‘사누키우동’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로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기 높은 카가와의 명물이다. 우동의 이름이기도 한 ‘사누키’는 카가와의 옛 지명에서 유래했다. 과거부터 밀 재배가 번성하고 소금, 간장, 해산물 등, 우동의 재료가 되는 것들이 풍성하여 우동문화가 발달한 탓이다.
가득한 맛집들을 찾아 우동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와 카가와현을 찾았다면 직접 우동을 만들어보는 체험만한 것이 없다.
▲나카노우동학교의 우동체험
우동을 직접 만들어 보기 위해선 고토히라에 위치한 나카노 우동학교를 찾았다. 이곳은 일본 최초의 우동 체험 학교로, 직접 사누키 우동을 만들고, 만든 우동면으로 직접 식사까지 즐길 수 있는 명소. 참고로 나카노 우동학교는 만화 아톰의 원작자인 데즈카 오사무 선생과 우리나라에서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이 다녀갔고, 인기 만화 ‘명탐정 코난’ 속 에피소드에도 등장했을 만큼 유명세다.
수업은 60분정도로 진행되는데, 가장 먼저 미리 숙성된 반죽을 이용해 면봉으로 밀어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계절에 따라 필요한 양이 다르기 때문에 소금과 물의 비율을 잘 조절해야한다. 그리고 난 뒤엔 신나는 댄스타임! 손으로 치대는 반죽은 다소 거칠기 때문에 음악에 맞추어 발을 이용해 반죽을 한다. 신나게 반죽을 밟아가며 댄스타임을 가지다 보면 나만의 우동이 완성된다.
우동학교의 졸업증서를 받고 나선 근처의 고토하라구 신사로의 판타지한 일본감성 여행이 기다린다. 총 1,368개의 계단으로 이루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신성한 본궁이 마주하고, 한 켠으로는 사누키평야의 장관도 더해지니 치유를 찾기 제격이다.
▲고쿠히라구 신사
카가와현 중심가인 다카마쓰 시내 중심에도 명소들이 가득하다. 일본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문화재 중 최대 면적을 자랑하는 ‘리쓰린공원’은 미슐랭 가이드에서 최고평가인 별3개를 획득하여 일본을 대표하는 정원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4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5개의 연못과 13개의 인공 산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는데 춘하추동 사계절에 변화에 따라 다양한 풍광을 선사해 일보일경(一步一景: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절경이 기다린다는 의미)이라 불리는 변화무쌍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여행정보>
시코쿠에 자리한 도쿠시마현, 고치현, 카가와현까지는 간사이국제공항과 다카마쓰공항의 2개 공항이 있어 편리하게 찾을 수 있다. 도쿠시마현으로는 간사이국제공항 이용이 편리하다. 간사이공항에서 도쿠시마역행 리무진버스가 운행중이며 소요시간은 약 2시간 40분대. 카가와현으로는 현 내에 자리한 시코쿠 관문인 다카마쓰공항이 있다. 에어서울이 인천-다카마츠 간 주7회 매일 취항하고 있어 편리하다. 공항에서 다카마쓰 도심까지는 리무진버스로 약 45분 정도 소요된다.
▲일본 특별명승지로 지정된 리쓰린공원
▲거대한 우즈시오 소용돌이의 장관
▲도판 명화가 가득한 오오츠카 국제 미술관
▲아와오도리를 보고 즐길 수 있는 아와오도리회관
▲가쓰라하마 앞 바다를 바라보는 료마 동상
▲고치성 천수각
▲고치현 맛집이 가득한 히로메시장
▲나카노우동학교의 우동체험
▲고쿠히라구 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