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한국인들이 가장 쉽게 선택하는 대표 여행지다. 일본 제일의 도시이자 수도이기에 풍부한 여행 인프라에 더해 먹고 쇼핑하기에 더없이 좋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매력적인 도시다.
이런 도쿄를 여행을 통해 예술을 향유하라 말하는 책이 나왔다. <도쿄의 뮤지엄을 어슬렁거리다>는 책으 제목에서처럼 도쿄의 뮤지엄에 포커스를 맞춘 새로운 시각의 여행안내서. 먹거리와 쇼핑 명소 정보를 넘어서, 일본의 역사가 보여주는 빛과 그림자를 만나게 하고, 문화의 품격에 공감하며,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는 흥미로운 여행을 제안하는 책이다.
책에는 도쿄 여행에서 만날 수 있는 43개의 크고 작은 뮤지엄을 통해 그들만의 독특한 이야기와 경험을 이야기한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을 위해 하루를 즐길 수 있는 뮤지엄이 있는가 하면, 미술·건축·패션과 같은 문화의 색채를 느낄 수 있는 뮤지엄,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을 조명하는 뮤지엄, 먹거리의 역사와 함께 하는 맛있는 뮤지엄 등 형형색색의 박물관과 미술관, 기념관들이 빼곡이 소개된다.
‘에도·도쿄 건축 박물관’에서는 도쿄의 역사적 건축과 복고풍의 거리를 체험할 수 있으며, 건물마저 아름다운 ‘도쿄 스테이션 갤러리’는 100년 넘은 빨간 벽돌과 매력적인 미술작품들로 가득 찬 중요문화재다. 컬러풀하고 기하학적 도형으로 이루어진 ‘미타카 덴메이 반전주택’에서 방문객들은 오감과 직감을 총동원해 자신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고, ‘도쿄도 현대 미술관’에서는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일본 국내외 현대미술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사이타마 현립 근대 미술관’에서는 샤갈에서 지역예술가에 이르는 여러 작가의 작품 다수를 두루 돌아볼 수 있으며, ‘분카가쿠엔 복식 박물관’에서는 패션을 통해 문화의 다양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450만 점이 넘는 표본자료를 보유한 ‘국립과학박물관’에서는 우주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더듬어볼 수 있고, 오래전 재봉틀과 벽시계 등이 있는 소박한 ‘쇼와의 생활 박물관’에서는 근대 일본인들의 생활상을 만나게 된다.
구구절절 긴 글밥도 없다. 젊은 감각의 귀여운 일러스트를 통해 도쿄의 뮤지엄들의 매력을 소개하니, 웹툰을 보듯 도쿄 뮤지엄들의 매력에 술술 넘어간다.
뮤지엄에 관한 흥미로운 소개와 더불어 그 주변을 함께 둘러볼 수 있고 먹어볼 수 있는 소소하면서도 정선된 정보들도 제공된다. 또한 오랫동안 일본의 크고 작은 예술과 문화를 찾아 여행해 왔던 역자의 꼼꼼하고도 친절한 번역과 주석, 업데이트된 정보들은 낯선 곳을 찾아가는 여행자들의 이해를 한층 도와주니 이 또한 반갑다.
책 뒤쪽에도 독자들을 위한 또 다른 안내서 〈톺아보기〉 섹션이 실려 있다. 이 섹션을 통해 독자들은 여행지의 이야기와 연결된 인물, 사건, 장소에 대한 풍부한 배경 지식을 얻게 되고, 이를 통해 '익숙한 도쿄'를 넘어, '새롭고 흥미로운 도쿄'를 발견하게 된다.
<도쿄의 뮤지엄을 어슬렁거리다>는 색다른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 충분한 여행 시간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 여행지만 선택했을 뿐 무엇을 경험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특히 다양한 문화의 세례를 받아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고 다른 문화에 대해 세련되게 접근하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맞춤형 도쿄여행 안내서다.
그동안 도쿄의 전형적인 관광지에만 머물렀던 여행자들 역시 이 책을 통해 ‘같지만 다른 도쿄’를 만나게 될 것이 분명하다. 미술·사람·패션·건축·책·과학 등 예술을 향유하고 정신의 풍요로움을 만끽하는 아름다운 휴식시간, 예술과 문화가 어우러진 멋진 도쿄 여행을 말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정된 여행 기간, 넉넉지 않은 경비, 동반인과의 교감 등으로 여행의 목적과 목적지 선택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수많은 여행지 추천과 사진, 경험담이 블로그와 SNS 등에서 쏟아지지만 정작 나에게 맞는 여행 경험을 찾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도쿄의 뮤지엄을 어슬렁거리다>가 이 질문의 완벽한 답이 될 수는 없지만, 도쿄를 무대로 하는 새로운 차원의 여행을 경험하게 될 것은 분명하니, 도쿄 여행을 앞둔 이들이라면 맛집탐방 코스 사이사이에 예술과 문화의 향을 더해보는 것은 어떨까.
| 오타가키 세이코 글・그림, 민성원 역 / 더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