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커피는 그냥 음료가 아니다. 출근하는 직장인에게 아이스아메리카노 한 잔은 하루 치의 에너지를 끌어모으는 펌프다. 느지막이 일어난 주말 아침, 집 앞 단골 카페에 가서 막 만들어낸 샌드위치와 카페라테를 마실 때, 그곳은 나를 위한 다이닝룸이자 온전한 휴식처가 된다.
햇살 비치는 창가 자리에 앉아 나누는 담소와 그 공간을 무대로 차곡차곡 쌓여가는 이야기들은 또 어떤가. 낯선 도시로 여행을 떠날 때조차 그 도시를 대표하는 카페를 미리 검색하고 일부러 찾아가는 건, 커피와 커피집이라는 공간이 지닌 중층의 매력 덕분이다.
<도쿄의 맛있는 커피집>은 이웃 나라 도쿄인들이 사랑하는 현지의 커피 맛집들을 소개한 책이다.
10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온 노포부터 새로운 커피 트렌드를 만들어가는 모던 카페들까지, 도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38곳 커피집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꼼꼼한 정보와 함께 이 한 권에 집약됐다.
어떤 책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도쿄의 맛있는 커피집>에는 특히나 현지 전문 기자들의 땀과 노력이 담겼다.
일본 커피 전문 계간지인 <커피시간>이 창간 이후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커피 맛 좋기로 소문난 도쿄 및 근교의 카페와 킷사텐(喫茶店 | 간단한 음식과 커피 등을 파는 일본 특유의 전통 찻집)을 취재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기획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2022년 봄 <커피시간> 잡지가 휴간을 결정되면서, 편집진은 지난 11년간 기자들이 발품 팔아 찾아낸 커피집들 중 독보적인 개성과 멋을 지닌 곳들을 엄선해 단행본으로 다시 소개하자고 뜻을 모았다.
10년 가까지 지난 기사들도 있었기에, 이후 책의 콘셉트를 확정한 뒤 재취재와 재촬영에 들어갔고, 현재 시점에 맞추어 원고를 대대적으로 수정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도쿄의 맛있는 커피집>이다.
책에는 최고의 한 잔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십 년을 연구해온 스승들의 커피집부터 숨 가쁘게 변화하는 유행 속에서도 지역주민에게 사랑받으며 꿋꿋이 한 자리를 지켜온 킷사텐, 커피 예술의 정수라 불릴 만한 카페라테 명소들, 커피와 함께하는 한입 음식이 매력적인 커피집, 여행 삼아 찾아가도 좋을 도쿄 근교의 근사한 카페, 맛과 함께 탁월한 공간미를 자랑하는 커피집, 그리고 아이스커피 맛집들까지 빼곡이 38곳이 담겨있다.
수백 컷의 아름다운 사진이 곁들여진 책에는 손님들과 함께 채워온 커피집의 히스토리는 물론 자신만의 커피 맛을 만들어내기 위해 애쓰는 커피인들의 삶, 커피와 함께 곁들이는 메뉴 정보들이 빼곡하게 박혀 있다.
여기에 품질 좋은 원두를 살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와 커피 애호가들의 투어 욕구를 자극하는 커피타운 정보, 커피용어 사전 등 짤막한 칼럼들까지 더해져 독서의 리듬감과 재미를 배가시킨다.
격식과 전통으로 승부하는 노포들의 역사도 멋있고, 트렌디한 공간과 맛으로 승부하는 젊은 카페들의 열정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공들여 찍은 사진들이 독자의 시선을 먼저 잡아채는 이 책은 도쿄 여행을 계획하는 커피 마니아뿐 아니라 지금 어딘가에서 커피집을 운영하는 수많은 커피인들에게도 매우 유용하고 고마운 선물이 된다.
<도쿄의 맛있는 커피집>의 감동은 옮긴이인 윤선해 번역가의 책머리 속 「옮긴이의 말」에 그대로 나타난다.
“번역을 마치고 나서, 가장 가보고 싶었던 트리콜로르 긴자 본점을 찾아갔습니다. 책에 소개되었던 ‘중후한 회전문’을 돌려 안으로 들어섰을 때,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놓인 스툴에 앉아 내 차례를 기다릴 때, 그리고 한 시간 후 안내되어 테이블에 앉았을 때, ‘성덕’의 희열을 느꼈습니다. 책에서 소개한 카페오레를 시켰습니다. 역시 (책에서처럼) 커피와 우유가 든 포트를 들고 온 직원이 양손으로 동시에 커피와 우유를 폭포수처럼 부어줄 때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습니다. 새삼스럽게도 그들은 무엇을 위해, 무엇 때문에 이 공간에서 자부심을 가지며 일할 수 있는 걸까 생각했습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도쿄여행에서 남들과는 다른 진중한 커피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도쿄의 맛있는 커피집>가 후회 없는 현지 안내서가 될 것이다.
| 다카하시 아쓰시 저, 윤선해 역 / 황소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