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에서 즐기는 테마는 각양각색이다. 자연이나 온천을 추구하는 이들도 많지만 최근엔 맛집이 대세다. 맛있는 라멘 한 그릇, 제대로 된 초밥 한 접시, 아니면 일본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전통주 한 잔을 즐기러 일본에 가는 것이 평범함의 범주에 있을 정도다.
여기 일본의 다양한 맛 중에서도 ‘빵’에 집착하고 주목한 책이 나왔다. 이름은 <일본 현지 빵 대백과>다. 책은 제목 그대로 일본 현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빵들을 한데 모았다. 일본 전역 158개 빵집 또는 빵 제조업체에서 만드는 264종의 빵이 168쪽에 이르는 방대한 책에서 빼곡이 담겨있다.
이 책은 지난해 6월 일본 타츠미출판이 ‘日本ご当地パン大全(일본 지역빵 대전)’이라는 타이틀로 낸 책을 한국어로 출간한 것이다. 일본 전국의 다양한 특색있는 식품관련 출판물을 전문적으로 다룬 타츠미출판의 빈틈없는 현지 취재를 바탕으로, 단순한 빵 맛집의 소개를 뛰어넘어 빵마다의 기원과 성분, 맛의 특징, 소비자의 반응, 그리고 빵집마다의 역사와 개성, 주요 메뉴까지 명쾌하고 재치 있게 담아 일본 빵의 근현대 역사까지 푸짐하게 맛볼 수 있는 흔치않은 소재의 책이다.
1부에서는 일본 내 특정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울 빵’을 선보인다. 나가노의 우유빵, 시코쿠지방 고치의 모자빵, 이시카와의 화이트샌드, 가나가와의 감자칩빵 등이다.
2부는 전국 어디에나 있을 법한 빵이지만 지역에 따라 맛과 모양이 전혀 다른 빵들이 나온다. 이를테면, 같은 카스텔라라도 니가타에서는 나카가와제빵소의 카스텔라샌드가 유명하고, 이와테에서는 오리온베이커리의 삼각카스텔라가 대표 주자다.
독자들이 가장 반길 일본 전국 각지에서 사랑받는 동네 빵집은 3부에서 집중 조명한다. 1932년에 창업한 나가노의 고후루이과자점, 지바현 조시시의 초록색 지붕의 베이커리 & 카페 빨간 머리 앤, 창업 당시의 레트로한 인테리어가 남아 있는 나라의 마루쓰베이커리 등이 그 예인데, 최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도쿄의 빵집은 아예 미니 특집으로 꾸렸다.
책은 단순한 빵의 맛 품평에 그치지 않는다. 명물빵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왜 그런 이름이 붙여졌는지를 파트별로 충실히 소개한다.
-도야마현 아사히마치의 미야자키에 있는 사카이해안은 비취 원석이 밀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현지에서는 비취 해안이라고 불린다. 그 아사히마치에서 1949년 창업한 빵집이 시미즈제빵이다. 1950년대 중반의 어느 날, 창업자가 ‘먹을 것을 헛되이 할 수 없다’라고 생각해, 단팥빵의 탄 부분을 감추려고 화과자 제조에 사용하던 녹색 양갱을 바르면서 새로운 빵이 탄생했다. 당초에는 양갱빵이라는 이름이었으나, 빵 색깔 때문에 비취빵으로 개명함으로써 현지 주민에게 더욱 정감 가는 빵이 되었다. 실패에서 비롯된 상품이지만, 도야마의 지역 빵으로 60년 넘게 이어지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3부 시미즈제빵 편中)
가벼운 맛집을 기대하고 책장을 열었는데 지역별 빵의 기원과 흘러온 역사까지 탐할 수 있으니 일본 방에 대한 인문학적 소양까지 채울 수 있는 셈이다.
<일본 현지 빵 대백과>의 마지막 4부에서는 일본의 대표 빵들을 한데 모아 소개한다. 단팥빵, 야키소바빵, 카레빵, 잼빵 등 전국 각지에 있는 같은 이름과 종류의 빵을 소개한다. 어디나 있을 평범한 빵이지만 지역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주고 차이가 존재하는 점은 <일본 현지 빵 대백과>과 아니면 찾을 수 없는 지식이자 즐거움이다. 무엇보다 이 빵들의 유래들이 재미있다.
-일본의 3대 간식빵이라고 하면 단팥빵, 잼빵, 크림빵이다. 단팥빵은 긴자키무라야, 잼빵은 기무라야소혼텐이 발명했다. 크림빵의 원조는 이곳, 신주쿠나카무라야다. 메이지시대가 끝나갈 무렵, 창업자인 소마 아이조와 소마 곳코 부부는 처음으로 슈크림을 먹고 그 맛에 감동한다. 두 사람은 커스터드크림을 단팥빵에 앙금 대신 넣으면 분명 맛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유제품을 사용한 크림은 영양가 면에서도 아이들에게 좋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1904년, 서둘러 만들어 가게에 내놓은 크림빵이 대호평을 얻었다. 출시 당시에는 반달 모양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후, 안에 빈 공간이 생기지 않도록 공기를 빼기 위해 칼집을 넣었다. 그 결과, 빵의 모양이 지금과 같은 글러브 형태가 된 것이다-(4부 크림빵 편 中)
부수적인 읽을거리도 가득하다. 일본 특유의 학교급식 빵이나 자판기 빵 등에 관한 칼럼, 학교 매점 빵과 두뇌빵이라는 이름의 빵 이야기 등 소소한 일본 빵 이야기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책의 맨 뒤에는 이 모든 빵들을 만드는 각각의 빵집 리스트가 주소와 함께 실려 있다. <일본 현지 빵 대백과>를 읽고 실제로 점포를 방문해보려는 이들에겐 보물과도 같은 정보다.
가깝고 편해서 여행지로 자주 찾게 되는 일본. <일본 현지 빵 대백과>를 바이블삼아 빵이라는 테마로 일본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타쓰미출판 편집부 저/수키 역 | 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