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라키라는 이름은 낯설지만 일본의 3대 정원인 가이라쿠엔이 자리해 일본 내에선 더없이 유명세를 떨치는 도시다. 매년 이른 봄이면 만개한 매화를 찾아 일본 전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이바라키현 일대가 떠들썩해질 정도다.
도쿄와 인접한 수도권 도시인 만큼 교통편도 편리하다. 도쿄역이나 우에노역에서 조반선 특급열차를 타면 90분이면 이바라키현의 중심도시인 미토역에 발을 내디딜 수 있으니, 도쿄여행의 또 다른 메뉴로 찾기에도 더없이 제격이다.
자타공인 명소라는 가이라쿠엔으로 발길을 향해본다. JR미토역 북쪽출구에서 다시 노선버스를 타고 20여 분을 달려 ‘가이라쿠엔마에’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되니 번잡함도 복잡함도 없다.
일본 3대 정원 가이라쿠엔, 3천여 그루 매화 반기네
미토시에 자리한 가이라쿠엔 정원(偕樂園)은 일본 3대 정원에 손꼽힌다. 이시카와현의 ‘겐로쿠엔’, 오카야마현의 ‘고라쿠엔’과 더불어 세 손가락에 든다. 면적은 약 13헥타아르에 이른다.
회유식 정원이라는 틀에 박힌 일본 정원에 대한 개념 때문이었을까. 정돈되고 절제되고 기품을 담은 여느 일본정원과 달리 가이라쿠엔의 첫 인상은 소탈하다.
광대한 스케일이 압도하지만 사람들을 위압하는 고착화된 일본의 정원 감성은 없다. 가득한 매화들도 의도하지 않은 것처럼 자연스럽게 정원 곳곳을 채우고 있다.
소탈함의 이유는 그 이름에 있다. 가이라쿠(偕樂)라는 뜻은 한자어로 ‘해락’이라고 읽는다. 풀이하면 ‘모두가 즐긴다’는 뜻이다.
가이라쿠엔은 미토번의 제 9대 번주인 도쿠가와 나리아키가 그 이름 그대로 자신만이 아닌 미토번 모든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신분제가 견고했던 1842년 당시로서는 파격이었을지도 모른다. 가이라쿠엔이 현재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이은 세계에서 2번째의 넓은 도시공원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어쩌면 당시로서는 매우 낯선 도시공원의 개념을 담은 셈이다.
▲미토 매화축제를 찾은 인파들. 축제는 3월 19일까지 이어진다.
볼거리는 역시나 정원 가득한 매화다. 정원에 식재된 매화는 3천여 그루를 훌쩍 넘는다. 종도 100여 종에 이르기에 같은 매화라도 발길을 할 때마다 색이 다른 꽃잎이 얼굴을 내밀며 매화꽃의 융단이 사방에서 펼쳐지니 매화꽃잎 가득한 만화경을 보는 듯 황홀할 정도다.
많고 많은 꽃중에 매화를 고집한 이유가 궁금했다. 일본이라 하면 으레 벚꽃일 텐데 왜 굳이 매화였을까?
정확한 설은 없다. 다만 벚꽃이 아름다울 수는 있지만 꽃은 보는 것으로 끝이다. 매화는 꽃에 더해 5~6월 매실이라는 과실을 맺는다. 매실은 당시 소금에 절여 우메보시(일본식 매실장아찌)로 만들어 1년 내 먹는 반찬으로, 또 전쟁에 대비한 보존식으로 활용하였다. 두루두루 실용성을 둔 선택의 결과물이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다.
▲번주의 별저였던 고분테이의 실내
가이라쿠엔에는 매화만 있지 않다. 가이라쿠엔 가장 끝까지 발길을 하면 근사한 옛 에도시대의 저택인 고분테이(好文亭)가 눈길을 사로잡으니 볼거리가 된다. 당시 번주의 별저로 사용하였던 공간으로, 3층의 목조 건물을 따라 올라가면 매화를 발 아래에 두고 가이라쿠엔의 매화물결과 조우할 수 있으니 오르지 않으면 손해다.
미토 매화축제 3월 19일까지 개최, 야간개장 주목
가이라쿠엔의 봄의 절정을 선사하는 매화축제도 현재 개최중이다. 올해로 127회째를 맞이하는 ‘미토 매화축제(水戸の梅まつり)’가 지난 2월 11일 시작되어 오는 3월 19일까지 가이라쿠엔 일대에서 계속된다.
주행사장인 가이라쿠엔을 중심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최되어 볼거리도 더한다.
나이트 프로그램인 야․매․제2023(夜․梅․祭 2023)가 단연 볼거리다. 가이라쿠엔과 고도칸의 2개 행사장에 각각 캔들아트 및 환상적인 조명으로 밝히는 라이트업 이벤트가 진행되어 낮시간대와는 다른 밤의 매화축제를 만끽할 수 있다. 1부는 2월 25일 미토성터에서, 2부는 3월 4일 가이라쿠엔 원내에서 각각 오후 5시부터 밤 8시까지 진행되며, 화려한 피날레 불꽃축제인 ‘Bloom Mito’도 개최되어 즐거움을 더해준다.
▲가이라쿠엔의 캔들아트
2월 19일부터 3월 19일까지 매주 일요일(10:00~15:00)에는 가이라쿠엔 내에서 노다테 다도체험(野点茶会)이 열린다. 노다테(野点)는 야외에서 차를 즐기는 풍습으로, 명성 높은 다도 유파들의 다도를 전통과자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체험비는 유료로 1인 500엔.
가이라쿠엔을 거닐다 보면 아름다운 기모노를 입은 여인들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정체는 미토시의 매화 친선대사들이다. 가이라쿠엔을 찾은 방문객들의 기념사진 촬영의 모델이 되어주는데, 귀품 넘치는 미소가 매화의 아름다움 못지않으니 쑥스러움을 밀어내고 기어이 ‘사진 한 장’을 부탁하게 만든다.
▲2023년도 매화 친선대사들. 미토 매화축제에서 만날 수 있다.
이바라키현의 특산품으로 손꼽히는 매실주를 즐기는 ‘전국 매실주 축제 in 미토’도 동시 개최된다.
가이라쿠엔과 인접하여 자리한 조반신사를 무대로, 이바라키현은 물론, 전국에서 모인 약 140종 이상의 매실주를 맛볼 수 있으며, 매실주와 페어링이 좋은 요리 및 매실로 만든 맥주 등 이색 주류들도 체험할 수 있어 함께 즐기기 제격이다.
개최일은 3월 3일~5일까지(10:00~16:00)로, 체험료는 1인 1,200엔.
봄 맞이한 자연절경 명소들 가득, “신춘여행에 딱”
봄을 재촉하는 이 계절이면 이바라키현의 볼거리는 더욱 풍성해진다. 계절감을 자랑하는 자연 명소들이 줄줄이 늘어서니 한발 앞서 봄을 탐미하기 제격이다.
1991년 개원한 총면적 350ha에 이르는 국영 히타치 해변공원도 그 중 하나다. 이바라키현을 대표하는 꽃과 자연의 명소로 자리한 곳으로, 4월부터 튤립과 네모필라가 연이어 개화하여 일본 전국에서 봄꽃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가장 먼저 피우는 꽃는 튤립이다. 서쪽 출입구 구역에 있는 '타마고노 모리 플라워 가든'에서는 '튤립월드'라고 불리는 이벤트가 개최되어 약 250종류, 25만 송이의 형형색색 튤립이 만개하여 이국적인 풍차의 풍경과 함께 화려한 봄을 연출해 낸다.
▲국영 히타치 해변공원의 네모필라
가장 큰 볼거리는 4월 하순부터 개화하는 네모필라다. 원내 가장 높은 언덕인 '미하라시 언덕'을 중심으로 네모필라가 만발한다.
450만 송이에 이르는 네모필라의 풍경은 그야말로 압도적. 하늘과 바다 그리고 450만 송이의 네모필라가 만들어내는 파스텔톤 연푸른 세상은 그 어떤 벚꽃의 장관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을 만큼 압도적이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 등의 SNS 인생사진 명소도로 주목도가 각별하니, 이바라키 여행의 추억을 각인시키길 원한다면 필히 찾아볼 일이다.
일본 혼슈 최대 규모의 보행자 전용 조교의 아찔한 위용이 기다리는 ‘류진대조교’도 눈여겨 볼 명소다.
류진대조교의 길이는 375미터. 보행자 전용 조교로서는 혼슈 최대 스케일로, V자로 꺽어진 류진 협곡 꼭대기에 걸쳐져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함을 주는 명소다.
대조교의 높이부터 압도적이다. 류진강으로부터 약 100m 위에 대조교가 설치되어 눈 아래로 협곡의 장관과 봄을 맞이한 신록의 절경을 만날 수 있으니 사방이 트인 전망대가 따로 없다.
압도적 높이 만큼이나 스릴도 빠지지 않는다. 다리의 중간에 투명한 유리로 마감된 곳도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조차 용기가 필요할 정도이고, 번지점프라는 상설 액티비티도 기다리니 류진협곡에서의 아찔한 체험을 기대하는 이들이라면 도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이바라키현 특산 ‘낫토’&‘매실주’, 본고장 맛에 감탄
이바라키현은 일본 전국의 낫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낫토의 본고장으로, 전통의 제조법 그대로의 낫토를 즐길 수 있어 미식가들에게 인기다.
이바라키현을 찾아 낫토를 즐긴다면 중심도시 미토시가 제격이다. 통칭 미토낫토로 불리우는 특산 낫토를 맛볼 수 있는데, 이바라키 낫토의 원조로 꼽히는 사사누마고로상점의 텐구낫토(天狗納豆)와 미토원조 텐구낫토(水戸元祖 天狗納豆), 그리고 창업 90여 년 역사의 소우혼포 미토낫토(総本舗 水戸納豆) 등의 대표 브랜드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이바라키 특산품으로 손꼽히는 낫토
이바라키현 낫토의 가장 큰 특징은 장인이 대두의 선별에서부터 발효에 이르기까지 전통의 방식 그대로 완성하여 본고장만의 식감과 깊이 있는 풍미에 각별한 영양까지 담고 있다는 점. 대량생산된 시중의 낫토와는 다른 격을 느낄 수 있으니 건강식으로 낫토를 찾는 이들이라면 필수코스로 찾아볼 일이다.
이바라키 여행의 선물로도 제격이다. 미토 시내의 직영매장은 물론, JR미토역 상업시설인 엑셀미나미에도 매장이 자리한 다양한 낫토를 골라 구입할 수 있다.
특산 매실을 소재로 한 매실주도 있다. 미토 시내에 자리한 메이리주류 양조장(明利酒類)은 160년 역사의 양조장으로, ‘백년매실주’라는 브랜드의 과실주를 판매한다. 이바라키 미토의 매실에 벌꿀을 더해 깊이있는 달콤함을 강조해 맛이 일품이다.
▲메이리주류의 매실주
백년매실주 브랜드로 총 4가지 라인업을 판매하고 판매장에서 시음도 즐길 수 있으니 각별한 선물을 찾는 이들이라면 욕심내볼만하다. 가격은 720ml 한 병 기준 1,500엔 전후로, 관광객 대상 양조박물관인 벳슌칸(別春館)이라는 전시시설을 통해 일본 전통주의 역사과 제조과정도 견학할 수 있으니 또 다른 즐거움이 된다.
<여행정보>
이바라키현까지는 도쿄에서 전철을 이용해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다. 도쿄역에서 JR미토역까지 조반선 특급 수퍼히타치를 이용하면 되며, 소요시간은 최단 65분 선. 한국인관광객을 위한 이바라키현 관광 한국어 공식 홈페이지가 운영중에 있어 다양한 최신 관광정보와 교통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다. | http://korean.ibarakiguide.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