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한국과 일본 양국간의 무역분쟁으로 야기된 노재팬 운동, 그리고 2020년 벽두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거친 풍파를 도쿄에서 격은 이가 여기에 있다.
일본이란 나라를 너무 좋아했기에 첫 직장과 첫 생활 독립도 일본에서 시작했다. 꿈에 그리던 평온하고 낭만적인 그녀의 도쿄 생활은 3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고 한다.
도쿄 라이프 3개월을 채운 시점에 노재팬이 터졌고, 그 노재팬 운동이 끝나기도 전에 신종 코로나가 거침없이 확산되며 펜데믹이 시작되었다.
그녀의 도쿄 라이프를 지탱했던 직장은 여행사였기에 신종 코로나 사태는 그녀의 안위에 직격탄이 되었고, 그녀는 도쿄를 사랑하는 만큼 끈질기게 버텼지만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차갑고 높았기에 결국엔 한국으로 귀국을 결심하게 되었다.
<진한 여운, 도쿄>는 격동(?)의 도쿄 라이프를 보낸 저자의 일본과 도쿄에 대한 애정과 여운을 담을 책이다. 일본에서 귀국한 지 N개월 차, 여전히 깊고 진한 도쿄의 여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본인과 마주하고, 도쿄에서의 생생했던 기억을 책으로 남기기로 한 결심의 산물이다.
저자는 향수병이 왜 존재하는지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한다.
“완전히 한국으로 귀국하는 날, 예상은 했지만 일본과 갑작스러운 이별의 후유증이 꽤 컸던지라 한동안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일본에서 촬영했던 것들만 봤던 것 같다. 일본에서는 한국에서 찍었던 사진을 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는데, 이젠 한국에서 일본 사진을 보며 웃고 울게 되었다”는 작자의 말처럼 <진한 여운, 도쿄>에는 그녀의 추억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에세이는 총 3개의 장으로 나누어 추억을 담아낸다. 저자의 한국에서의 라이프를 담은 1장에 이어, 일본에서의 본격적인 생활을 다룬 2장, 그리고 에필로그에 더없이 어울리는 도쿄의 사진집을 담은 3장까지, 그녀의 도쿄에 대한 애정을 빼곡이 담아냈다.
특히, 도쿄에서 시작된 삶을 담은 2장은 에세이로서 꽤나 흥미롭다.
인생 첫 자취의 도전무대가 된 도쿄에 대한 당황스러움과 순응하는 과정, 힘들었던 도쿄에서의 직장생활을 치유해주었던 도쿄타워의 풍경, 도쿄이기에 더욱 특별했던 생일의 기억과 심정지를 맛본 아찔했던 응급실의 기억, 그리고 이국의 외국인 노동자로서 느끼는 서글픔까지, 노재팬과 신종 코로나 사태 속 도쿄에서의 희노애락을 담백하게 풀어낸다.
갑작스런 도쿄와의 이별 때문일까. 에세이 곳곳에는 도쿄에 대한 그리움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도쿄 최고관광지이자 어쩌면 동경하기까지 했던 도쿄 타워를 보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쌓였던 피로감이 없어졌었고 어떻게 보면 회사원에게 가장 힘든 출퇴근 시간을 가장 기분 좋은 순간으로 만들어 까지 했다. (중략) 타지에서의 지독한 외로움을 안겨준 도쿄가 있었기에 이제는 한국에서 외로움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하면 이겨 낼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종식되어 다시 일본에 갈 수 있다면, 도쿄 타워가 가장 잘 보이는 그때 그 자리에 앉아 외로운 일본생활을 했던 나와 다시 한 번 제대로 마주해보고 싶다”...「‘도쿄 타워랑 하이 파이브 쳤던 출근길’」중에서...
저자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을 하게 해 준 일본에서 살아볼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본인의 기억과 추억을 마찬가지 일본에 대한 그리움을 마음속 한 켠에 간직해왔던 이들과 나누고자 한다고 말한다.
코로나 블루 속, 일본이 그리운 이들, 도쿄 라이프를 꿈꾸어 봤던 이들, 그리고 일본 특유의 감성이 담긴 사진들을 소중히 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책 <진한 여운, 도쿄>가 마치 친한 친구와 과거를 추억하며 향수병을 치유하는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다.
이송이 저 | 하모니북(harmony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