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항구도시서 명품 초밥 즐기고, 산 너머엔 명작 종유동굴 반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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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도시서 명품 초밥 즐기고, 산 너머엔 명작 종유동굴 반기네

혼슈 최남단 야마구치현 기행
기사입력 2020.05.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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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01_야마구치현(카라토시장).JPG

▲매주 금·토·일요일에 열리는 카라토시장의 초밥좌판.  

 

“이랏샤이! 이랏샤이!” 어서오라는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막 만들어낸 초밥이라며 이제 막 시모노세키에 발을 내딘 여행객을 몰아세운다. 사람들은 저마다 1회용 도시락접시를 하나 들고 큼직한 초밥을 저마다 골라 올린다. 계산도 현장에서 바로 이루어진다. 점원은 접시위에 올려진 초밥의 가격을 익숙하게 순식간에 읊어내고 나무젓가락과 간장을 올려주고 이제 가란다. 따로 마련된 테이블도 없다. 시장 앞 공원 벤치에 앉아 간몬대교를 바라보면 저마다 익숙한 듯 노식(露食)을 즐긴다. 다름 아닌 시모노세키 명물 카라토시장(唐戶市場)의 풍경이다.   

카라토시장은 시모노세키의 명물 중 명물이다. 눈앞으로 규슈 섬의 기타규슈시와 마주하고 세토나이카이 명품대교로 이름 높은 간몬대교를 통해 혼슈와 규슈가 이어지는 포인트가 된다. 그 출발점에 카라토시장이 있다. 바다 앞 시장이니 판매하는 것은 수산물. 익숙한 수산시장이니 눈길이 머무를 리 만무하지만 진짜 즐거움은 따로 있다. 

메뉴는 다름 아닌 초밥과 화려한 해산물 덮밥들. 평범한 수산시장은 매주 금·토·일요일이면 흥겨운 노상 초밥집으로 변신한다. 시장 내 가게들마다 생선 가판대를 걷고 그네들이 잡은 생선으로 일품초밥을 만들어 낸다. 

놀라움은 3번 이어진다. 먼저 크기에 놀란다. 초밥의 밥을 몇 번 뒤집고도 남을 생선회가 올려지니 그 아래 밥이 보이질 않아 놀라고, 그 큼직한 초밥이 단 돈 100엔부터면 맛볼 수 있으니 다시 놀란다. 마지막은 그 맛에 반한다. 욕심을 내 짚어든 700엔짜리 최고급 참치 대뱃살은 여간한 고급초밥집이 아니면 내어지기 힘들만큼 지방살엔 윤기가 나고 입안에선 그대로 녹아내린다. 도쿄 긴자의 초밥집이었다면 초밥 하나에 몇 천 엔을 부르고도 남을 맛이니 카라토시장을 다시 찾지 않는다면 처음이자 마지막이란 애절함에 그 맛의 여운은 몇 배가 된다.  

카라토시장의 즐거움은 여기에 있다. 시장 한 켠에서 서서 먹어야하지만 푼돈으로 값진 초밥을 맛볼 수 있으니 점잔뺀 어르신들도 카라토시장 초밥집에선 분식집에 모여든 아이들 마냥 체면을 잊은 지 오래다. 

바다 건너 온 이방인이니 이 즐거움을 어찌 지나칠 수 있으랴. 빙글빙글 돌아가는 싸구려 회전초밥집에서도 감동하는데 카라토시장의 일품초밥은 그 맛과 입안을 가득 채우는 양에 초밥 속 고추냉이까지 더해져 감동의 눈물까지 꺼내게 만든다.


지하 미궁 ‘아키요시도우’에선 자연 “名作”에 감탄

시모노세키 카라토시장의 바다냄새를 뒤로 달리기를 시간 반. 도착한 야마구치현 미네시에서 이방인을 기다리는 것은 다름 아닌 지하세계다. 야마구치현은 세계적으로도 귀한 카르스트지반이 원형 그대로 현존하는 곳. 카르스트(Karst) 지형이란 석회암 등 물에 녹기 쉬운 암석으로 구성된 대지가 빗물 등에 의해서 용식되어서 생성된 지형을 뜻한다. 거대한 석회암의 바위가 긴 시간을 거치며 조금씩 비에 녹아 지반이 움푹 꺼진 돌리네(Doline)를 만들고, 그 아래로는 종유동굴까지 만들어 낸 귀중한 자연의 예술작품으로 불리는 귀한 볼거리다.

우연히 만난 친구가 더 반갑다고 했다. 야마구치의 카르스트가 그렇다. 위로는 석회암석과 돌리네로 꾸며진 아키요시다이(秋吉台)의 대지가 반기고, 그 아키요시다이 아래로는 거대한 종유동굴인 아키요시도우(秋芳洞)가 자리하니 적당히 기대했던 야마구치에서 예상치 못한 무게감의 볼거리와 조우하니 발걸음이 점점 빨라진다. 

종유동굴인 아키요시도우의 입구까지는 아키요시다이 전망대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자리한다. 여느 관광지와 다름없는 긴 상점가를 지나면 높은 산의 옆구리로 큰 구멍이 나타나고 그 어두운 굴부터 아키요시도우의 지하세계가 시작된다. 

규모는 동양 제일이지만 이방인에게 내어진 코스는 단 1km. 깜깜한 어둠속에 천장에 매달린 노란 조명과 손잡이가 유일한 안내자가 되고, 지하세계는 미궁처럼 혼란스럽지만 역설적으로 아름다워 도리어 이방인이 혼란의 결과물이 된다. 

 

서브02_(야마구치현)아키요시다이.jpg

▲종유동 명물인 햐쿠마이자라(白枚皿).  

 

지하 미궁에 들어서자마자 떨림을 추스릴 겨를도 없이 장관을 떡 하니 펼쳐진다. 햐쿠마이자라(白枚皿)다. 우리말로 풀면 ‘백개의 접시’라는 뜻이다. 

백개의 접시는 평평한 지형을 따라 펼쳐진다. 마치 계단식 논이 이어지듯 접시모양으로 펼쳐진 석회암의 화단이 겹겹이 이어지고 그 석회암 접시 위엔 잔잔히 종유동굴의 침출수들이 찰랑거리니 신비롭기 그지없다. 사람이 만들었다 하여도 놀라울 진데 30만년에 걸쳐 자연 스스로 만들어냈으니 백개의 접시 앞에서 좀처럼 벌어진 입이 닫힐 줄을 모른다. 

만들어진 과정도 정성스럽다. 동굴 아래로 떨어진 한 방울 한 방울의 물방울이 바닥의 석회암덩어리를 때리고, 그 물방울이 만든 파동이 10만년 넘게 이어오며 마치 도공이 흙덩어리를 손바닥으로 넓게 펴며 접시를 만들 듯 무형의 석회암 덩어리를 오랜 시간을 들여 접시마냥 만들었다. 기술은 물방울의 파문(波紋)이 유일하고 무수한 시간을 통해 완성한 석회화단은 그렇게 다시 한 번 무력하고 미천한 인간사의 부질없음을 깨닫게 만든다.

동굴은 판타지 그대로다. 습도 가득한 기운이 묘한 긴장감을 만들고, 한 겨울이 되어도 동굴 안은 영상 16도에 머무니 말 그대로 별세계다. 판타지영화나 게임의 던전에서나 봐왔던 상상속의 그림이 실사로 펼쳐지니 어두운 종유석 구석에서 엘프나 몬스터가 뛰쳐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그 정점에 코가네바시라(黃金柱)가 있다. 한자 그대로 황금의 종유기둥이 동굴의 천정부터 바닥까지 흘러내리다 그대로 멈추었다. 높이는 15m. 신비함의 이면에 그로데스크함까지 녹여지니 과연 아키요시도우의 심벌다운 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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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유동의 형태를 더욱 극대화하는 조명들이 설치된 관람로.  

 

폭은 4m나 된다. 천정부터 흘러내린 지하수가 암반을 따라 흘러내리고 그 물 흐름에 석회암성분이 함께 녹아들어 굳어지기를 몇 만년에 걸쳐 이어온 끝에 장대한 황금기둥이 탄생되니 정령이 함께하는 신성스런 기운까지 감돈다. 

아키요시도우를 즐긴다면 비좁은 동굴을 상상하지 않아도 된다. 동굴 내부는 거대하기 이를 데 없고 장엄하기까지 하니 땅속에 있을 뿐, 거대한 미술관에서 거대한 오브제를 즐기는 그것과 다를 바 없고, 거대하고 기묘한 종유석은 말 그대로 조각작품이 되니 특별천연기념물이라는 칭호보다 천연뮤지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긴다이쿄 다리 위 전통거리, 성읍도시 ‘이와쿠니’

하기에서 느꼈겠지만 야마구치엔 묘한 성읍도시들이 꽤 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현 듯 나타나 이방인의 발길을 붙들어 맨다. 야마구치현에서 이웃한 히로시마로 넘어가는 끝, JR이와쿠니역에서 시작되는 이와쿠니(岩國)도 그런 곳이다.

같은 성읍도시이지만 하기와는 그 맛이 또 다르다. 초입에 자리한 거대한 아치형의 목제다리인 긴다이쿄 다리는 시작부터 이방인을 압도한다. 다리의 길이는 210m. 1673년에 처음 만들어졌지만 아치형의 아름다운 곡선은 익숙한 도시의 모던한 외형을 가지기에 더욱 호기심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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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 목조대교인 긴다이쿄 다리. 

 

다리는 이와쿠니의 초대 영주인 요시카와(吉川)가 만들었다. 이와쿠니를 가로지르는 니시키가와강은 잦은 홍수가 발생했고 매번 다리가 떠내려가 사람들의 피해도 이만저만 아니었다. 결국 홍수에도 버틸 수 있도록 교각을 최소화한 아치형의 목조다리를 만든 것이 지금의 긴다이쿄 다리다. 홍수를 막겠다고 만든 다리지만 안타깝게도 인력을 뛰어넘는 큰 비에 2번이나 소실되었으며 지금의 다리는 6년 전 재건하였다. 다시 만들었지만 정확히는 복원이다. 콘크리트를 일정 사용하지 않고 목재의 조합만으로 아치 하나의 길이인 35m를 하나의 교각으로 지탱한다. 목재와 목재만을 이은 다리임에도 사람 천 명이 동시에 건너야 1cm 미동 할까 말까 할 정도라는 것이 이곳의 자원봉사 가이드의 말이다. 구조역학적으로도 완벽에 가깝다고 하니 당대 일본의 목조건축기술의 진수라 할만하다.

다리위의 경치도 꽤 제법이다. 다리를 건넌다는 표현보다 고개를 넘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아치의 경사는 꽤 가파르기에 아치고개 정상에서 바라본 니시키가와강과 다리 건너 산꼭대기에 자리한 이와쿠니성 천수각이 더욱 또렸이 보인다.

긴다이쿄 다리 못지않은 명물인 요새 이와쿠니성도 볼거리다. 성까지는 로프웨이를 타고 간다. 이와쿠니 전체를 내려다보는 산 정상에 성이 자리한다. 안타깝게도 성은 재건한 것이다. 1615년 하나의 번(藩)에 하나의 성만을 인정한다는 막부의 방침(一國一城令)에 따라 성의 천수각을 내려버렸다. 원래 성터도 지금의 자리에서 30m 안쪽으로 자리하지만, 재건 시 조망권을 우선하여 도시를 전망하는 산 끝에 자리하게 되었다.

복원도 아닌 현대적 건축기법으로 재건한 것이니 가치를 찾으려는 이들에겐 그 맛이 조금은 덜하지만 외형은 옛 모모야마풍 남방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천수각에서 보이는 긴다이쿄 다리를 비롯한 니시키가와강의 흐르는 풍치는 볼 가치가 충분하니 로프웨이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른 수고가 아깝지 않다.

 

놓치면 아쉬워, 야마구치의 또 다른 명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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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노시마대교

야마구치현의 대표적인 명승지인 츠노시마섬과 야마구치현 본토를 잇는 대교로 1,780m의 길이를 가진다. 도요타 렉서스를 비롯해 자동차 CF에 단골로 등장할 만큼 코발트블루의 바다빛과 메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곡선과 높낮이가 있는 대교의 레이아웃 덕에 야마구치현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인기다. 다리는 무료로 통행할 수 있으며, 사이클 코스의 명소로도 유명하며 렌탈사이클점도 운영중이다. 대교에서 5분 거리인 츠노시마등대가 명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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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리코지 오중탑

일본의 고탑으로서는 10번째로 오래되었다. 야마구치의 옛 문화인 오우치문화의 최고걸작으로 1442년 경에 건립되었으며, 일본 3대 명탑으로 칭송될 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루리코지절에 이웃하며 오중탑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되어 24시간 무료로 개방되며 밤이면 경관조명이 설치되어 더욱 아름답다. 지근거리에 600년 역사의 유다온천이 있어 온천정서까지 즐길 수 있어 야마구치 관광의 명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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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거리 츠와노

산인지방의 교토로 불리운다. 에도시대 당시의 모습을 잘 보존되어 연간 120만 명이나 관광객이 찾는다. 작은 마을 내에 미술관이 10개소나 되어 아름다운 미관거리와 함께 거리미술관으로도 불린다. 먹거리로는 전통과자인 겐지마키(사진)가 인기. 거리 내 과자점에서는 직접 만드는 체험도 가능하다. 주말과 공휴일에 한해 신야마구치역에서 SL증기기관차가 츠와노까지 운행되어 찾기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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